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박세진 기자 = 전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5년 동안 사체를 집 베란다 고무통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정성호 부장판사)는 24일 살인죄와 사체유기 등의 혐으로 기소된 A씨(28·여)에게 상해치사죄 등을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남편 B씨(28)는 같은 혐의로 징역 7년, 사체 숨기는 것을 도와준 A씨의 남동생 C씨(26)는 사체유기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와 D씨(사망 당시 21세·여)는 2014년 6월 경북에 있는 휴대전화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다 알게 돼 부산으로 내려와 A씨 부부의 집에서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A씨와 같은 집에서 살면서 다툼이 생겨 부산 남구의 한 원룸으로 이사했지만 2014년 12월쯤 자신의 원룸에서 A씨 부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당하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 부부는 남동생 C씨를 불러 여행용 가방에 D씨의 사체와 시멘트를 넣어 자신들의 집으로 옮겨 대형 고무통에 넣은 뒤 흙과 세제를 뿌려 보관해오다 2015년 6월께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고무통을 들고가 5년 동안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D씨가 자신의 남편 B씨와 불륜을 저지르고 자신의 한 살된 아이를 넘어뜨려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D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벌어들인 수익금을 가로채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행은 B씨와 이혼한 A씨가 술을 마시고 지인에게 살해와 사체 보관 사실을 털어놓자 지인이 지난 3월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재판부는 "D씨의 사체가 백골상태로 발견돼 부검감정서와 과학수사 등을 통해서도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A씨 부부가 D씨를 살해할 극단적 동기와 직접적인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장기간 폭행했고 성매매를 요구한 후 대가를 받기도 했으며 엽기적인 방법으로 범행을 영원히 은폐하려는 시도한 점 등은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사망한 점, 유족들도 엄벌을 원하고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대법원의 상해치사죄 양형기준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남동생 C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친누나의 범행에 사체 운반만 가담했으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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